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Nuevo Tango)
자신의 반도네온과 함께한 피아졸라 : 1971 - 위키백과
탱고(Tango)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춤곡으로 흘러나오던 멜로디를 떠올릴 것 같다. 나는 심지어 한동안은 그 멜로디 자체가 ‘탱고’라는 제목이 붙은 곡인 줄로 착각하기도 했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뽀르 우나 까베자(Pour Una Cabeza)’란 곡으로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이란 가수가 불러서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한 곡이었다.
난 그렇게 막연히 탱고를 춤곡으로만 생각해 왔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전 우연히 피아졸라(Astor Piazzolla:1921-1992)의 음악을 듣게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의 음악 역시 탱고라 불렸지만 전에 알던 탱고와는 다른 음악이기도 했다.
원래 탱고는 아르헨티나 부두노동자들의 춤곡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피아졸라는 춤곡이었던 탱고를 ‘발 보다 귀를 위한 음악’ 즉 춤이 아닌 감상하는 음악으로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피아졸라의 탱고를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 한다.
피아졸라는 춤곡이던 탱고를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톡의 클래식 그리고 재즈가 융합된 음악, 즉 누에보 탱고로 재탄생시켰고, 퀸텟(quentet) 에서 오케스트라, 전자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던 작곡가였다.
탱고에서는 특히 반도네온(Bandoneón)이라는 악기의 절절한 음색과 느낌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는데, 피아졸라는 그 스스로가 누구보다 뛰어난 반도네온 연주자이이기도 해서, 피아노, 반도네온,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로 구성된 그의 퀸텟을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이끌고 세계를 돌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고 한다.
불같이 타오르는 탱고의 정신을 보존하며,
이리저리 얽힌 다양한 음들을 탱고라는 하나의 음악 속으로 감싸안는다.
(Keyboard:1987)
면도날처럼 정확한 리듬과 긴장된 앙상블이 상호작용하며,
섬세하면서도 악마적인 소리가 교차한다.
(Down Beat:1988)
바로크적인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하며...
스톱타임, 베이스 즉석반주, 피치카토, 레가토, 대위법, 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망라했다.
이렇게 통제된 음악이 이렇게 자유롭게 들리는 것도 드문 일이다.
피터 위트러스
많은 연주자들이 탱고에 사로잡혀 피아졸라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로스트로포비치(첼로)는 '르 그랑 탱고'(Le Grand Tango)를 피아졸라와 협연했고, 게리 버튼(비브라폰)은 1986년 그의 퀸텟에 합류하여, 유럽, 캐나다, 칠레, 일본을 오가는 순회공연을 함께 했다. 또 요요마(첼로),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등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지금도 그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유투브나 음원서비스를 검색하면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왼쪽부터 요요마(첼로),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아르테미스 4중주단의 탱고 앨범
피아졸라를 알려준 Tanti Anni Prima, Oblivion
5,6년전 쯤 친한 친구가 라틴 댄스 동호회를 다닌다고 해서 도움이 될만한 영상자료들을 찾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Tanti Anni Prima에 맞춰 탱고를 추는 동영상을 보고 넑을 놓았던 것이 피아졸라와의 첫만남이었다.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에서 보여지던 탱고와는 또 다른, 단정하면서도 절묘한 호흡이 느껴지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영상은 링크가 끊겨버렸다.
그 이후로 탱고를 찾아 듣게 되었는데, 처음엔 춤곡으로 알기시작한 탱고를 그야말로 감상하는 음악으로 깨닫게 해준 곡은 Oblivion이었다. 이 두곡 모두 검색해보면 종종 명상음악 쪽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다른 탱고에 비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 추억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을 떠올리게한다. 마음을 울려준다고나 할까? 우리의 정서와도 닮아 있는 듯한 느낌의 곡이다. 탱고란 음악의 특징이 잔잔하다가도 거센파도가 치듯이, 열정적인 에너지가 억눌렸다 내뿜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하는데, 특히 반도네온(Bandoneón)이란 악기가 주는 느낌이 그런 것 같다.
Oblivion은 Ensemble IL GAREDLLINO의 연주를 특히 추천한다. 반도네온이 아니라 오보에로 연주해서 격정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부드럽게 전형적인 탱고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어서, 종종 찾아 듣고 있다.
댓글
댓글 쓰기